FireEmblem

귤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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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파엠글을 씁니다. 돌만 던지지 말아주세요

독단과 환각

혀 끝에 섞인 쌉싸름한 악몽

[원래부터 편히 자는 체질은 아니었어. 그렇지만 요즘 들어 더욱 최악이 되었지. 눈을 감을 때마다 소중한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찌르는 악몽이 반복되는데, 이걸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잠을 자지 마라-사랑인가-죽을 때까지 싸워라 그 여자의 울음을, 고통에 차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숨을 들이키는 소리를, 제 밑에 깔려 버르적거리며 목이 졸리는 순간의 모습을 눈동자 위로 세밀하게 새기고 싶었다. 가장 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체스판의 표면은 비단처럼 윤기가 흐르며 매끈하다. 그런 나무는 부러지는 소리도 실로 산뜻했다. 그 여자의 발목 뼈도 같은 소리를 낼지 궁금했다. 피로 얼룩진, 흐트러진 은발은 태양을 품은 파도의 포말처럼 덧없고 아름다웠다. 심장이 벅차올라 으스러지는 온기에 그는 입을 맞추고 송곳니를 박았다. 영원을 꿈꾸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디미트리는 눈을 뜬다. 끔찍하고 역겨운, 지옥 같은 악몽으로부터. 디미트리 알렉산드르 블레다드는, 결혼식


가장 익숙한 존재(2)

조금의 의미라도 있었다면

문제의 시작은, 그들의 발이 너무 빨랐다는 것에 있었다. 에델가르트도, 디미트리도 발 아래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 신이 나 있었고, 공작새의 깃털만큼이나 화사한 색채로 가득찬 축제 의상은 더욱 더 의욕을 끌어올렸으며, 선배 영웅이자 같은 파티원이었던 시구르드의 응원은 평소 보다 훨씬 이동 속도가 빨라지게 만들었다. 적들이 제법 어려운 상대라 호승심을 자극한 것도 한 몫했다. 에델가르트의 창은


피터팬과 웬디

하늘 끝의 피닉스에게 와 우리들의 해피엔딩 사이의 이야기

배고프다. 배고프다. 배가 고프고, 마구잡이로 혹사시킨 팔다리는 욱신거리며,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은 마르고, 침대에 누워서도 초조함과 조급함이 발목을 잡아 수면 아래로 잡아끄는 것처럼 머리와 심장이 덜컥거렸다. 눈을 붙이는 순간까지도 여기서 1초라도, 3분이라도, 적어도 5시간은, 대본을 한 글자라도 더 연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이 치밀었다. 내일도 연습이 있다. 체력을 한계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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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물이 나요 진짜 너무 눈물이...하나하나 댈 수도 없이 아름다운 문장이 정말 많고 디미트리와 에델가르트 사이의 뒤틀리고 왜곡된 사랑이 적나라하고 비참한 형태로 드러난 이야기라 정말 마음 깊이 와닿고 슬프고 그와 동시에 어째선지 사랑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엉엉...디미트리에게 있어서는 이 이야기가 벌을 받는 것이라고 느껴졌어요...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를 안을 수 있는 기회가 이런 방식일 수밖에 없다는 형벌...그리고 그 벌의 이유는 에델가르트을 제 손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음에도 방심을 틈타 본인 혼자 에델가르트가 있는 곳에 찾아간 것이 첫번째 이유고, 사실 처음부터 에델가르트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 두번째 이유...그리고 방향성은 다르지만 디미트리가 그런 소원을 빈 것이...가장 큰 이유겠죠....스스로 불러온 유혹 같은 재앙...풋풋했던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피비린내나는 끔찍하고 처절한 말로로 끝나는 게 정말 두사람답고...그리고 행위 중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에델가르트의 안심만을 위해 노력한 디미트리도 정말 디미트리다워서 그 부분이 진짜 슬펐어요 그전의 사정은 모두 악몽에 불과하고 사실 사랑하는 사이로서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마지막 묘비 앞에서 나눈 대화도 글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부분이라 좋았습니다 동인 소설 많이 봤지만 읽는 내내 이렇게 즐겁고 또 괴롭고 슬프고 가슴 깊이 와닿는 소설은 흔치 않습니다 정말 멋진 소설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진짜 좋았습니다ㅠㅠㅠ고맙습니다....

하늘색 일기

폐가의 서랍 속 숨겨진 낡은 고백과 비밀

있잖아 디. 어제는 무척 눈이 많이 왔었지. 저택의 앞마당이 마치 스렝의 설원처럼 여겨질 정도로 사방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어. 창문을 열자마자 훅 불어오는 얼어붙은 냉기에 깜짝 놀랄 만큼 말이야. 하지만 눈물이 고일 정도로 시린 추위도 네겐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너는 두터운 털장갑도 끼지 않은 채 계속해서 밖에서 놀자고 졸랐어. 처음에는 그저 꼬마 눈사람이나 만들려고 했을 뿐인데, 정신 차리고 보니 우리는 눈밭 위를 구르며 서로에게 눈뭉치를 던지


오만한 밤

마왕성에서의 리젠과 이클릿

하늘을 둥글게 메운 달빛의 색채를 잊은 적이 있던가? 심장의 박동소리를 헷갈리거나 마계의 영원한 밤을 의심한 적은? 그만큼이나 리젠에게 있어 이클릿에 관한 모든 것은 깨달을 필요도 없는 자명한 진리였다. 리젠은 산산히 박살난 유년기의 끝자락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단 한 치의 의혹도, 의심도 품은 적이 없다. 미워하는 마음도 질투하는 마음도, 비와 진흙 속에 파묻혀 복수하겠다고, 죽이고야 말겠다고 외치던 서슬 퍼런 살의도 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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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거짓말

소년과 소녀의 어느 후일담

여느 날과 다름 없던 아침이었다. 선선한 햇살이 시야를 감싸고 코 끝에 감도는 익숙한 홍차의 향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지극히도 평범한 날. 그리고 숙부님이 사라졌다. 평소 자주 계시던 서재에도, 함께 식사하던 작은 방에도, 침실에도, 말라비틀어진 약초와 책이 벽장마다 가득 박혀 있던 창고에도 계시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안 에델가르트는 하루 종일 숙부님을 찾아 헤맸다. 벌컥,하고 열어제껴지는 둔탁한 문짝과 끼익거리는 경첩의 소리 너머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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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잃은 자들

만우절 특집 평화AU 디미에델

“전하,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참다 참다 폭발한 실뱅이 외쳤다. 언제나 능글맞은 여유가 가득하던 그였으나 지금은, 분통으로 한껏 차올라 얼굴이 그의 머리색 만큼이나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하의 이성교제는 바람직하다 생각해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저도 잠은 자야 할 거 아니에요!” 매일 밤마다 옆방에서 흘러넘치는 야릇한 신음과 모종의 침대의 내구를 깎아먹는 소리에 시달리느라


가장 익숙한 존재

이제는 의미 없겠지만

손등 위를 데우는 가벼운 온기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푸른 보석 처럼 빛나는 바다가 있다. 손수건 끝자락의 자수처럼 촘촘하게 짜인 하얀 벽과 붉은 지붕로 메워진 거리의 풍경은 마음 한 켠이 시려올 만큼 부드러운 색채였다. 분명 처음 보는 경치일 텐데도 고향과도 같은 강렬한 그리움에 잠기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몽롱한 꿈처럼 낯설어 하는 이상한 곳. 달큰한 과즙을 품은 과실이 익어가는 향이 아침을 열고 고개를 들어 올리면 웅장한 성채가 하늘 위를 떠다


땅 속의 망령

홍화 엔딩 이후 망령과 동거하는 에델가르트

[ 땅 속에서 울려 퍼지는 무서운 목소리. 그것은 여신의 곁으로 가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죽음의 나라를 계속 방황하는 망자의 후회 섞인 목소리라고 한다. 그들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생자를 질투하며, 때로는 지하로 끌고 간다고 한다.... ] 평원의 황량한 마을에는 하얀 머리의 마녀가 산다. 그리고 그녀의 저택 다락에는 먼지와 그림자, 그리고 그녀의 유병단명을 열심히 기원하며 살아가는 사신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한 낡은 저택에서부터 시작해


보은

수르-> 오필 토막글

가엾은 여자. 어리석은 여자. 오필리아 팜르솔로네. 모든 필멸자들이 그러하듯 태어난 순간 부터 소멸로 나아가는 운명에 서서히 짓눌려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멸망 만큼은 거부하던 여자. 나는 너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그가 만약 봄을 물들이는 화원의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알았더라면 오필리아의 손 끝까지 쟈스민과 들장미, 금잔화와 아네모네의 색채로 물들였을 것이고 그가 재화와 보구를 다스리는 영령이었더라면 오필리아의 발치에 성당과 궁전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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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아래

디미트리 꾸미기

아무도 이 결혼을 축복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혼약동맹이 성사되길 바라는 쪽도, 파토나길 바라는 쪽도 둘의 행복을 믿지 않는다. 이것은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 부부를 묶어주는 엄숙한 언약이 아니다.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는 신성한 의식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외친다. 한 마음으로 비소를 지으며 선언한다. 오늘의 자리는 그저 역사상 최고로 비싼 물물교환일 뿐이라고. 한 쪽은 아드라스테아, 다른 쪽은 퍼거스. 양쪽의